97년 총재 시절 심은 동백나무
고사 위기…매화동산으로 옮겨
기존 자리엔 새 동백나무 심어
안내문 등 없어 시민들 아쉬움
“제가 예전에 본 나무보다 훨씬 작고 볼품이 없네요. 혹시 다른 나무 아닌가요?”
최근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맞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60대 김모씨는 기념식수를 보고 뭔가 다르다는 점을 직감했다. 김 전 대통령이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시절 심은 동백나무가 기억과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서다.
김씨는 “푸르고 풍성했던 동백나무가 너무 앙상하고 크기 자체도 작았다”며 “다른 나무임이 틀림없는 것 같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취재를 통해 이 나무가 김 전 대통령 심은 동백나무가 아님이 확인됐다.
17일 국립5·18민주묘지에 따르면 1997년 5월16일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였던 김 전 대통령이 묘지 추념문 옆에 동백나무를 기념식수로 심었다. 5·18민주묘지 조성 이후 처음으로 심어진 기념식수다. 나무 앞 표지석엔 ‘새政治國民會議 金大中 總裁 參拜紀念植樹(새정치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참배기념식수)’라고 새겨져 있다.
동백나무는 사계절 푸른 잎에 겨울에도 꽃을 피워 강인한 ‘생명력’의 상징이다. 하지만 그 상징성과 달리 김 전 대통령이 심은 나무는 2000년대 들면서 서서히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묘지 관리자가 영양제를 공급하는 등 여러 방법을 써봤으나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급기야 고사 직전에 이르렀다.
결국 묘지 측은 ‘토질 등 생육 환경이 나무와 맞지 않는다’고 판단, 묘지 입구 옆 매화동산으로 옮겨 심었다. 나무가 옮겨진 시기는 정확한 기록이 없어 확인할 수 없었다. 5·18민주묘지에서 20여년 간 근무한 직원은 이전 시기를 지난 2007~2008년도로 기억했다.
묘지 측은 기존 동백나무가 심어진 자리를 비워둘 수 없어 똑같은 동백나무를 가져다 새로 심었다.
그러나 이 나무 역시 잎이 힘을 잃어가며 갈색빛을 띠었고 몸통엔 곰팡이까지 덕지덕지 피어났다.
5·18민주묘지 관계자는 “동백나무가 죽어가길래 2007~2008년도 이곳으로 옮겨 심었다”며 “동백을 심을 당시 여러 생육 조건을 고려해서 심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묘지 토질이 전반적으로 저습하고 물 빠짐이 좋지 않았다. 김 전 대통령 기념식수뿐 아니라 묘지 곳곳의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 다른 수목들도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추념문 쪽에 물이 쏠린다고 해서 배수로를 설치해 물 빠짐 문제도 해결했는데 새로 심은 동백나무도 죽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최선을 다해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다행히 매화동산에 옮겨 심은 김 전 대통령의 동백나무는 다시 생기를 찾았다. 다만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이 나무가 김 전 대통령이 식수한 동백나무라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다. 표지석이 처음 심었던 추념문 옆 동백나무 앞에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DJ 식수 관련 얘기를 들은 이근홍(60)씨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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