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문 열린 옛 적십자병원…"대동정신의 상징"(전남일보)

작성자 : 518유족회

작성일 : 2025-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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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이 된 5·18사적지 ‘옛 광주적십자병원’의 문이 11년만에 다시 열렸다. 시민들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던 45년 전의 긴박한 순간을 떠올리며, 피와 연대로 이어진 대동정신을 마음 깊이 되새겼다.


6일 오전 10시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제11호 ‘옛 광주적십자병원(천변우로 415)’에는 개방 시간에 맞춰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안내 동선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낡은 복도 의자와 진료실이 세월을 머금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 건물 외벽 곳곳에는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창문에는 녹슨 창살과 실외기가 오랜 시간의 흔적을 증명하고 있었다.


이번 개방은 5·18민주화운동 제45주년을 맞아 광주시와 5·18기념재단이 지난 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병원 내부를 한시적으로 공개하기로 하면서 이뤄졌다. 1965년 건립된 해당 병원은 1996년 서남학원 재단에 인수돼 ‘서남대병원’으로 운영되다, 경영 악화로 2014년 문을 닫았다. 이후 공개 매각이 추진되자 사적지 훼손 우려가 제기됐고, 광주시가 2020년 병원 터를 매입했다. 이번 개방에 따라 11년 만에 시민들의 곁으로 잠시 돌아온 셈이다.


안태근(65)씨는 “5월을 맞아 5·18사적지를 돌아보게 됐다. 세월에 바랜 건물의 모습을 보니 민주화 열망이 거셌던 대학 시절의 기억들이 떠오른다”며 “역사적인 의미가 매우 큰 장소이기 때문에 이번 개방이 중요하고 뜻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옛 광주적십자병원은 1980년 5월, 부상자가 속출하던 상황 속에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팔을 걷어붙여 헌혈에 나서면서 많은 목숨을 살려낸 공동체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는 이곳을 소설 ‘소년이 온다’ 속에서 인간 존엄과 참상의 기억을 품은 상징적인 공간으로 그려냈고,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의 취재를 도운 김사복 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택시 운전사’의 배경으로도 등장한 바 있다.


관련 창작물의 흥행, 12·3비상계엄 사태 등과 맞물려 5·18민주화운동과 옛 광주적십자병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어린이날 연휴 기간 전국 각지에서 연일 수백명의 관람객이 몰리는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졌다.


서울에서 온 백경화(50)씨는 “학교 수업에서 ‘택시 운전사’를 본 초등학생 자녀가 5·18민주화운동 견학을 하고 싶다고 해 사적지를 돌아보게 됐다”며 “1980년대를 기억하는 입장에서 당시 광주의 모습을 가까이서 들여다 보게 된 기분이다. ‘대동정신’과 연대의 의미가 담긴 장소를 방문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밝혔다.


경기 안양에서 온 남미은(45)씨도 “어린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연휴를 맞아 민주주의의 산실인 광주에 방문했다”며 “세월의 흔적이 담긴 병원의 모습과 그날의 기록물을 보니, 목숨이 오가던 45년 전 절박한 순간들이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불의에 맞서 싸웠던 오월영령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늘 간직하겠다”고 말했다.


/윤명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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