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전두환을 자랑스러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전두환 잔재 청산과 내란범에 대한 기념사업을 제한해야 합니다.”
지난 21일 오전 오월정신을 훼손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움직임에 맞서기 위해 광주시민사회단체와 광주시민 60여명이 경남 합천을 찾았다.
호우경보 속에서도 참석자들은 ‘전두환 잔재 청산’을 외치며 버스에 몸을 싣고 합천으로 향했다.
5·18민주화운동 진실 규명과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중인 합천성당 1층 강당에 모인 시민들은 ‘생명의 숲 되찾기 합천군민운동본부’ 관계자에게 합천지역 5·18역사 왜곡 현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었다.
고동의 합천운동본부 간사는 60여명의 광주시민을 대상으로 2007년 ‘새천년 생명의 숲’이 ‘일해공원’으로 명칭이 변경된 과정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는 설문조사 전 군수가 읍면장들을 불러 모아 놓고 “찬성하지 않으면 합천에서 살 생각하지 마라”고 압박하는 등 불공정한 여론조사였음을 폭로했다.
고 간사의 설명이 이어지자 순식간에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간담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일해공원’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1980년 5월 광주를 피로 물들인 장본인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공원이 아직도 건재하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일해공원 표지석 앞에 선 참가자들은 준비해 온 대형 현수막으로 ‘일해공원’이라는 글자를 완전히 가리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현수막에는 ‘전두환 공원 명칭 변경’과 ‘전두환 잔재 청산’ 등의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한 참가자는 “3·1운동 기념탑이 세워진 이곳이 여전히 전두환의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호국영령과 5·18 희생자, 유가족들에게는 큰 상처다”고 목소리 높였다.
합천군청 앞마당에는 1980년 8월 27일 전두환이 통일주체국민회의 선거로 당선된 이후 10일 만에 합천을 찾아 심은 기념식수와 이를 알리는 표지석이 버젓이 자리하고 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지만, 참가자들의 분노는 식힐 수 없었고 표지석이 전두환의 권위와 위업을 상징하는 듯 느껴져 더욱 분개했다.
당초 설치된 표지석을 뒤집는 퍼포먼스를 하려 했으나 장맛비로 인해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97년 4월 17일 받은 대법원 ‘반란수괴, 내란목적살인’ 판결문을 붙이는 퍼포먼스로 변경했다.
합천군민이 직접 표지석에 판결문을 붙이는 행위는 전두환 전 대통령 고향에서도 그의 역사적 평가를 없애고 맹목적인 찬양을 거부한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현장을 지켜보던 합천군민과 광주시민들도 이들의 행동에 공감하며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역 발전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참가자들은 발길을 돌려 합천군민의 세금이 사용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합천군 율곡면에 위치한 생가는 주변이 깔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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